이 글의 결론
- 직원의 이직, 경쟁사의 경력직 채용 자체는 막을 수 없습니다.
- 다툴 수 있는 것은 부당한 인력 빼가기(공정거래법)와 영업비밀 유출(부정경쟁방지법) 두 가지입니다.
- 가장 효과가 큰 대응은 약정·비밀관리·퇴직 절차를 미리 갖추는 것입니다.
몇 년을 함께 일한 핵심 직원이 경쟁사로 옮기겠다고 하면, 회사가 가장 먼저 묻는 것은 “막을 수 있는가”입니다.
이 글에서는 법이 막아 주는 것과 막아 주지 않는 것을 나누고, 실제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정리합니다.
이직과 경력직 채용은 원칙적으로 자유입니다
근로자에게는 헌법상 직업선택의 자유가, 회사에는 채용의 자유가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회사에서 경력을 쌓은 사람이 경쟁사로 갔다”는 사실만으로는 이직자에게도, 경쟁사에게도 책임을 묻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소프트웨어 회사 A사의 개발 리더 B가 경쟁사로 옮겼다고 해 봅시다. A사가 문제 삼을 수 있는 것은 ‘B가 옮겼다’가 아니라 다음 두 가지입니다.
- B를 데려간 방법이 부당했는지
- B가 A사의 비밀 정보를 가져가 쓰는지
실무에서 자주 보는 상황: ‘○○사 경력자 우대’ 채용공고
대기업이 경력직 모집 공고에 특정 중소기업의 이름을 들어 그 회사 경력자를 우대한다고 적어 두는 경우가 있습니다.
급여·근무 조건·복지에서 열세일 수밖에 없는 중소기업으로서는, 핵심 인력이 한꺼번에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갖게 됩니다.
다만 채용공고에 특정 회사 경력자를 우대한다고 적은 것만으로 곧바로 위법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법적 대응이 가능한 지점은 그다음, 곧 유인 방법이 부당하거나 영업비밀이 함께 넘어가는 단계입니다.
공정거래법: 인력을 부당하게 빼 가는 경우
공정거래법은 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을 부당하게 방해하는 행위를 불공정거래행위로 금지합니다(제45조 제1항 제8호). 시행령은 그 유형 가운데 하나로 ‘인력의 부당유인·채용’을 정하고 있습니다.
다른 사업자의 인력을 부당하게 유인ㆍ채용하여 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을 상당히 곤란하게 할 정도로 방해하는 행위
공정거래법 시행령 [별표 2] 제8호 나목
요건은 두 가지이고, 둘 다 쉽지 않습니다.
- 방법이 부당할 것 — 더 나은 처우를 제시한 것만으로는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 사업활동이 상당히 곤란해질 것 — 몇 명이 옮긴 것만으로는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요건이 갖춰지면 누구든지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할 수 있고(제80조 제2항), 피해 사업자는 법원에 금지·예방을 청구할 수도 있습니다(제108조 제1항).
영업비밀을 가져갔다면: 부정경쟁방지법
실무에서 가장 많이 쓰는 수단은 부정경쟁방지법입니다. 전제는 회사 정보가 법이 말하는 ‘영업비밀’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영업비밀로 보호받으려면 세 가지를 갖춰야 합니다(제2조 제2호).
- 비공지성 —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을 것
- 경제적 가치 — 독립된 경제적 가치가 있을 것
- 비밀관리 — 회사가 비밀로 관리했을 것
소스코드, 원가·단가표, 고객별 거래 조건이 대표적입니다. 반대로 누구나 열어 볼 수 있는 폴더에 두었던 자료는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침해금지 가처분과 전직금지
영업비밀 침해가 있거나 우려되면 법원에 그 행위의 금지·예방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제10조 제1항).
대법원은 전직금지약정이 없더라도, 영업비밀 보호에 필요하면 옮겨 간 회사에서 관련 업무를 하지 못하게 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03. 7. 16.자 2002마4380 결정).
주의할 점은 시간입니다. 금지 기간은 필요한 범위로 제한되고(대법원 2017. 4. 13.자 2016마1630 결정), 원칙적으로 퇴직 시점부터 계산됩니다. 대응이 늦으면 금지 기간이 이미 지나 버릴 수 있습니다.
손해배상과 형사 고소
- 손해배상 — 침해자는 손해를 배상해야 합니다(제11조). 고의적 침해이면 손해액의 5배까지 정해질 수 있습니다(제14조의2 제6항).
- 형사처벌 — 부정한 목적으로 영업비밀을 취득·사용·누설하면 10년 이하 징역 또는 5억 원 이하 벌금 대상입니다(제18조 제2항).
- 업무상배임 — 퇴사 때 반환해야 할 자료를 경쟁사에 쓰려고 돌려주지 않아도 성립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17. 6. 29. 선고 2017도3808 판결).
거래 관계에서 기술자료를 유용당했다면
위탁기업이 수탁 중소기업의 비밀 기술자료를 유용하는 것은 상생협력법이 금지합니다(제25조 제2항). 이 경우 중소벤처기업부에 분쟁 조정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제28조 제1항 제5호).
상황별 대응 수단 한눈에 보기
| 상황 | 쓸 수 있는 수단 | 난이도 |
|---|---|---|
| 한두 명의 단순 이직 | 유효한 경업금지약정 범위에서만 | 높음 |
| 부당한 방법의 대량 인력 유인 | 공정위 신고, 금지청구 | 높음 |
| 영업비밀 사용·유출 | 가처분, 손해배상, 형사 고소 | 중간 |
| 거래처의 기술자료 유용 | 중기부 분쟁 조정 | 거래 관계 전제 |
경업금지약정, 법원이 유효로 보는 기준
입사 때 서약서에 서명을 받았다고 해서 그대로 효력이 인정되지는 않습니다. 대법원은 다음 사정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 근로자의 퇴직 전 지위, 경업 제한의 기간·지역 및 대상 직종, 근로자에 대한 대가의 제공 유무, 근로자의 퇴직 경위, 공공의 이익 및 기타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하고
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9다82244 판결
직업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약정은 민법 제103조에 따라 무효입니다. 특히 아래와 같은 약정은 무효가 되거나 범위가 줄어들기 쉽습니다.
- 보호할 정보가 무엇인지 없이 “동종 업계 취업 금지”만 적은 경우
- 핵심 정보를 다루지 않는 직원에게까지 일률적으로 받은 경우
- 기간·지역·직종이 지나치게 넓은 경우
- 경업 제한에 대한 대가가 전혀 없는 경우
예방 체크리스트: 입사부터 퇴사까지
| 단계 | 할 일 |
|---|---|
| 입사 | 전 직원 비밀유지 약정 핵심 인력만 경업금지 약정(좁게, 대가 포함) |
| 재직 중 | 접근 권한 분리, ‘대외비’ 표시 반출·전송 기록이 남는 환경 |
| 퇴사 통보 | 인수인계 범위 확정 최근 자료 열람·전송 기록 확인 |
| 퇴사일 | 퇴직 서약서, 자료·기기 반납 계정·권한 즉시 회수 |
| 퇴사 후 의심 | 증거 보전 → 내용증명 → 가처분·고소 (기간이 퇴직 시점부터 흐르므로 신속하게) |
자주 묻는 질문
경업금지약정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나요?
아닙니다. 영업비밀 침해 우려가 있으면 약정 없이도 침해금지를 구할 수 있고, 관련 업무 종사 금지까지 인정될 수 있습니다(위 2002마4380 결정).
다만 그 정보를 비밀로 관리했다는 점은 회사가 보여 주어야 합니다.
경업금지 기간은 몇 년까지 인정되나요?
법에 정해진 상한은 없습니다. 위 2009다82244 판결의 기준을 함께 보고 판단하며, 법원이 필요한 범위로 줄여 인정하기도 합니다.
기간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보호하려는 약정인지를 구체적으로 적는 것입니다.
경쟁사가 직원을 여러 명 데려갔는데 공정위에 신고하면 되나요?
신고는 할 수 있지만, 방법의 부당성과 사업활동이 상당히 곤란해질 정도의 방해가 함께 인정되어야 합니다.
영업비밀이 넘어간 정황이 있다면 부정경쟁방지법상 가처분·고소가 더 직접적인 수단입니다.
이 글은 2026. 10. 기준 법령에 따른 일반적인 정보이며, 개별 사안은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